Produced by mojochoi, Sionz
Composed by mojochoi, Sionz
Arranged by mojochoi, Sionz
All instruments by mojochoi, Sionz
Mixed & Mastered by DRD, Pierre Blanche (Studio Giant Village)
Artwork by DRD
평소 친분이 있던 사이온즈와 모조초이는 음악인들이 으레 그렇듯 단순한 친구를 넘어 프로젝트 파일을 공유하고 음악을 함께 만드는 관계로 발전한다. 그렇게 탄생한 그룹이 'DRD'이다. '다르다'라고 읽는다.
사이온즈는 홍대 1세대 클럽 조커레드 출신이자 EDM 유행기의 대표 클럽들인 엘루이, 아레나 등에서 레지던트를 했던 베테랑이다. 프로듀싱뿐만 아니라 난이도 높은 디제이 테크닉인 힙합 스크래치에도 능한 드문 재능의 소유자다. 모조초이는 2010년에 디제이를 시작해 2019년에 정규 앨범 'Body'를 발표해 주목받은 프로듀서다. 두 사람은 한국 일렉트로닉 댄스 씬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베테랑들이다. 그런 둘의 만남이란 점에서 일단 특별하다.
'Bungee'는 다르다가 처음으로 발표하는 싱글이다. 모조초이가 번지 점프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사이온즈가 영감을 떠올려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초안은 사이온즈가 잡았고 완성은 함께 했다.
'Bungee'는 두 사람이 지금까지 시도해 보지 않았던 앰비언트 성향의 테크노다. 사이온즈는 초창기에는 테크노와 인디 댄스 이미지가 강했고 점차 대중적인 음악을 선보이다가 케이팝 프로듀서로 전향했다. 모조는 'Body'에서 클럽 플레이와는 거리가 있는 실험적인 음악을 들려줬다. 그러나 둘의 합작인 'Bungee'는 명상 같은 칠한 공간감을 배경으로 미니멀한 비트가 최면적인 그루브를 만드는 테크노 트랙이다.
언더그라운드 테크노 듀오 결성으로 봐도 좋은지 물었으나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최대한 장르에 얽매이거나 구애받지 않고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음악을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사이온즈는 이 프로젝트가 "일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때그때의 감정과 생각을 음악의 형태로 기록하는 행위라는 의미일 것이다.
장르적 다양성은 최대한 열어놓되 각각의 곡에는 심혈을 기울이고 진지한 의미를 담는다. 'Bungee'는 모조초이의 번지 점프가 연상시키는 죽음의 공포, 순환 등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만들었다. 뮤직 비디오는 AI에 키워드를 던져 생산된 이미지들을 편집해 만들었다. 뮤직 비디오를 제작한 sakemin은 제너러티브 프로그래밍을 이용한 오디오 비주얼 미디어 아트를 해 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딥 러닝 기반 AI를 이용한 작업들을 해 오고 있다. 이번 'Bungee' 비디오 역시 딥 러닝 기반의 Stable Diffusion 모델을 이용해 제작했다.
두 사람은 댄스 트랙에 심오한 의미를 담고 시대적 화두를 자양분 삼아 새로운 시도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고 싶은 것'에 몰두하고 싶다고 한다. 사이온즈는 케이팝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하고 싶은 음악과 히트하는 음악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기 힘든 적이 있었다고 한다. 피에르 블랑쉐가 운영하는 자이언트 빌리지 스튜디오에서 하드웨어 아웃보드로 마스터링을 하며 "이런 걸 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싱글 하나 발표한 시점에서 앞으로의 활동을 포괄할 하나의 비전을 정의하긴 어려울 것이다. 결성을 알렸고 작품을 내놓았으니 활동과 음악으로 그 비전을 천천히 보여줄 차례다. 그런 의미에서 'Bungee'에 대해 일단 주목할 부분은 사이온즈와 모조가 뭉쳤다는 것, 그리고 사이온즈가 오랜 만에 돌아왔다는 것에 있지 않을까.
스튜디오에서 만난 사이온즈는 하고 싶은 게 많아 보였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대해 더 솔직하고 편안해진 듯했다.